순간 오래된 것이 허물어지고, 순간 새로운 것이 자리잡는 도시의 역사는 깊다. 그러한 변화의 파도에 따라 순간 오래된 세대가 밀려나고, 순간 새로운 세대가 밀려드는 도시의 층위는 넓다. 이처럼 깊고 넓기에 인간의 맨눈으로 도시의 역사와 층위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얇고 납작한 사진의 표면 안에 도시를 가둘 때, 그렇게 기계의 눈을 빌리면 깊고 넓은 도시의 단면이 한눈에 잡히기도 한다. 물론 찍은 사람도 보는 사람도 도시를 면밀하게 관찰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뉴타운 시리즈, 2014~2015 ⓒ이재욱
사진가 이재욱의 ‘뉴타운’(2014-2015) 연작 중 한 작품은 도시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전경에는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드는 건설 현장이 보이고, 그 뒤로는 오래된 주택가의 저층 건물이 보인다. 또 뒤로는 십수 년 전쯤 건설되었을 고층 아파트가 보이고, 그 너머에는 최근에 지어진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보인다. 마치 겹겹이 싸인 퇴적층에서 각기 다른 시대의 화석을 발굴하듯 한 장의 사진 안에서 도시를 이루는 서로 다른 역사와 층위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찍은 이의 면밀한 관찰을 통해 만들어진 장면은 보는 이 역시 함께 관찰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관찰은 사유를 촉발시킨다. 그동안 지나쳤던 장면의 단면에 관하여, 그리고 우리가 알던 또는 몰랐던 도시에 관하여.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