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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의 건축스케치

서울에서 안도 다다오를 읽다

혜화동로터리 북쪽 SK주유소를 지나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주변 건물들과는 색다른 모습의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박스 형상을 하고 있으나 중간에 V자 모양의 기둥이 상부의 액자처럼 생긴 매스를 지지하고 있는 독특한 형상의 건축물이다.

 

이 건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JCC(재능아트센터) 빌딩이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의 ‘본태박물관’이나 원주 오크밸리의 ‘뮤지엄 산’ 등 몇몇 작품이 지방에 있지만 서울 한복판에 그의 작품이 세워진 것은 이 건물이 처음이다.

 

건물은 크게 2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쪽에 V자형 기둥이 있는 건물이 공연장, 전시장이 있는 아트센터이고 그 뒤쪽에 있는 건물이 강연, 토론, 연구 등이 이루어지는 크리에이티브센터이다. 그림은 뒤쪽의 크리에이티브센터를 그린 것이다. 노출콘크리트를 이용한 기하학적 형태를 즐겨 사용하는 안도 다다오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 있다.

 

 

도로변으로 기다란 매스가 공중에 대각선으로 띄워진 형태를 하고 있어 강한 역동감이 느껴진다. 이 대각선의 매스는 그 내부가 계단형의 오디토리엄으로 내부의 기능을 그대로 감싼 형태이다. 하부에는 기둥을 생략함으로써 시원한 공간감이 연출된다. 최대한의 실내공간을 만들려고 대지를 벽체로 가득 채우는 보통의 건축물과 달리 이 건물은 저층부를 과감하게 비워두었다. 이 길을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시각적 개방감을 선사하고자 한 배려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출입구 전면에 걸쳐놓은 3개의 붉은색 철골은 ‘뮤지엄 산’ 입구에서 보이는 알렉산더 리버만의 붉은색 아치형 입구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이미지로 느껴진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안도 다다오가 구상한 다양한 건축공간들을 감상할 수 있다. 중정이 내려다보이는 옥상정원은 사방이 모두 트여 있어 서울을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전망대가 된다.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안도 다다오의 생각을 읽어본다는 것.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윤희철 대진대 휴먼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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