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철 펜스 위에 남과 북 두 정상의 얼굴이 나란히 걸려 있다. 불과 몇 달 전이었다면 한 프레임 안에 함께하는 모습 자체가 비현실적이거나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주차장, 2018년 5월5일 ⓒ주용성
실제로 만나기 전부터, 각 언론사에서는 역사적인 만남을 예견하는 자료사진이 보도됐다. 판문점을 배경으로 두 정상이 함께 있는 이미지는 생경하게 다가왔다.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순간을 합성해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그런 만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27일,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만났던 꿈같은 하루는 현실로 생중계되었다. 모든 국민들은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악수하고 농담을 나누며, 가볍게 군사분계선을 뛰어넘고 함께 종전을 선언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지난 5월5일, 오두산 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그날 이후 달라진 분단 풍경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신도시 오피스텔 광고 현수막에 두 정상의 미소 띤 얼굴이 등장할 만큼 화해와 평화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은 것이다. 그러나 사진이 찍힌 날, 같은 장소에서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김정은의 위선 평화공세’라고 주장하며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이처럼 두 정상의 얼굴과 종전선언 그리고 부동산 광고와 대북전단이 함께하는 장면은 분단 현실의 생생한 단면일 것이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