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낡은 넉 장의 수건 앞에서 느끼는 숙연함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여러 번 빨아서 두께는 얇아졌고, 빨수록 물때가 진해져서 더 이상 깨끗해질 기미란 없어 보이는 초라한 면 헝겊. 그런데도 그것은 몸을 바짝 말린 채, 단아하게 각을 잡고 있다. 애초 내세울 자존심이랄 것도 딱히 없었다는 듯 서로에게 의지해 포개져 있는 모습은 오히려 저마다의 존재감마저 돋보이게 한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사물 앞에서 피부가 얇아진 노년의 육신을 느끼거나 그 육신이 거쳐온 시간 따위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일까.
수수하면서도 까닭 모르게 눈에 밟히는 이런 사진들을 얻기 위해 김수강은 오랫동안 복잡한 프린트 기법을 고수해왔다. 검프린트라 불리는 이 기법은 판화지 위에 조색한 안료를 바르고 필름에 빛을 쪼인 뒤 물 속에서 한 시간 정도 현상하는 과정을 열 번 가깝게 거쳐야 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검프린트는 카메라로 촬영을 한다는 점에서는, 사진을 한 판에 여러 번 색을 입힌다는 점에서는, 판화를 물감으로 안료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회화의 방식을 띠고 있는 오묘한 기법이기도 하다. 그러니 수건의 주황색이나 녹색은 본연의 색이라기보다는 여러 단계를 거쳐 작가가 섬세하게 입혀낸 사물의 진한 내면에 가깝다. 그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곱고 그래서 슬프다고 말을 걸어온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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