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둘째주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포토는 사진을 거래하는 최대의 아트마켓이다. 예술은 돈과 거리를 둘 것처럼 고상해 보이지만, 사실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상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파리포토를 이루는 모든 것들은 화려하다. 근사한 장소, 감각적으로 꾸며 놓은 간이 전시 부스, 개성 넘치는 사람, 갖고 싶은 작품들. 이 틈에 섞이는 순간 예술이면서도 상품이려고 하는 사진의 이중성으로 인해 마음은 몹시 복잡해진다. 특히나 그런 모순 속에 기대어 사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 고상한 분위기 속에서도 불현듯 피로감이 인다.
Solovki, White Sea, Russia 1992 ⓒ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제공
펜티 사말라티의 사진을 처음 접한 건 수년 전 파리포토의 그 혼돈스러움 속에서였다. 세련된 액자로 장식한 대형 프린트 사이에서 그의 아날로그 사진은 유행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주 자그맣게 걸려 있었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깊은 침묵처럼 그의 사진은 주위의 소란스러움을 헤치고 오랫동안 말을 걸어왔다.
풍경과 사람과 동물이 어울려 살아가는 순한 세상을 포착해온 핀란드 사진가 펜티 사말라티의 작품이 공근혜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눈길에서 개 한 마리가 앞장서는 이른 출근길처럼 그의 사진은 잔잔하면서도 따듯하고 수수하면서도 아름답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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