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과 팽창, <허니 앤 팁> 전시 전경(아카이브봄).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는 자신의 감방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화가 난 교도소장 노튼은 손에 잡힌 돌멩이 하나를 벽에 던진다. 그 돌멩이는 여배우 리타 헤이워스가 나온 핀업걸 포스터를 향해 날아가다가, ‘툭’ 종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노튼 소장이 포스터를 걷어내자 앤디가 교도소 탈출을 위해 오랜 시간 팠던 구멍이 드러난다.
이 장면에서 리타 헤이워스의 사진은 의미심장하다. 얇은 종이로 감춰진 어떤 구멍의 깊이감이 묘하고, 어두운 현실(감방)과 밝은 이상(탈출)의 간극에 사진 한 장만 존재하는 것이 흥미롭다. 모두를 속이기 위해 얇은 종이 한 장이면 충분한 것이다. 얼마 전 ‘압축과 팽창’(안초롱과 김주원)의 사진전 <허니 앤 팁>을 보면서 영화 속의 장면이 떠올랐다.
전시장 2층에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거나 한 대상에 천착한 작품들이 있다. 주제나 형식 등 기존에 중요시되는 사진 문법을 따른 것이다. 반대로 3층에는 기존의 형식에서 이탈한 사진들이 있다. 다채롭게 출력되고, 설치된 사진들은 모두 이미지 라이브러리에서 구매한 것이다. 이 사진들이 노출 콘크리트의 거친 벽과 바닥에 마감재처럼 덧씌워진 3층 전시장은 이케아 쇼룸을 연상시킨다. 어떤 집에 살든 당신에게 맞는 인테리어 팁을 제시하는 이케아처럼, <허니 앤 팁>은 그동안 전시장에선 경험할 수 없던 사진의 모양새를 제공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진적 확장은 익숙했던 사진의 얇은 깊이감에 구멍을 낸다. 노튼 소장이 던진 돌처럼.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