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아크릴(72×60㎝)
거실에 걸어두고 싶은 예쁜 그림 하나 그려달라 합니다. 꽃그림 같은. 그래서 봄에 양귀비 꽃밭에서 찍어둔 사진으로 꽃 그림을 그려 봅니다. 멀리서 볼 땐 초록 들판에 하늘거리는 빨간 양귀비꽃이 너무 예뻤는데, 확대해서 보니 의외로 징그럽습니다. 그런데 그림도 비슷합니다. 멀리서 보면 멋진 거 같은데 가까이서 보니 붓 자국, 물감 얼룩, 먼지 티끌 등 지저분합니다. 그래도 이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사진보다 그림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런 어설픈 붓 자국과 얼룩들이 모여서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그림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