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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의 건축스케치

옛 서울역사를 바라보며

2004년 현대식으로 지어진 새 역사의 등장으로 그간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한몸에 담아왔던 옛 서울역사가 본연의 기능을 뒤로하고 이제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하였다. 1947년까지 경성역으로 불리던 옛 서울역사는 1925년 일본인의 설계로 완공되었다.

당시 “동양 제1역은 교토역, 제2역은 경성역”이라 할 정도로 옛 서울역사는 규모가 큰 역사였다. 건물의 양식은 중앙 돔을 중심으로 비례가 중시된 좌우 대칭의 르네상스 양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중앙에 놓인 돔은 사각형 평면 위에 원형의 돔을 얹는 형식(펜덴티브 돔)이 특징인 비잔틴 양식으로 되어 있다.

돔 네 귀퉁이에 세워져 있는 탑은 장식적 요소가 많은 바로크 양식의 기법이 더해져 결국 옛 서울역사는 여러 가지 양식이 혼합된 절충주의 양식으로 정의된다. 비록 일제에 의해 지어지긴 했어도 현재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의 건축물 중 가장 뛰어난 외관을 지녀 사적 284호로 지정되었다.

2004년 KTX 열차의 개통과 함께 새 역사가 모든 역사의 기능을 도맡게 됨에 따라 이 건물은 폐쇄되기에 이른다. 한동안 방치되기도 했던 이 건물은 건축학자들과 건축가 등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원형으로 복원하는 한편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하여 이 건물은 2011년 원형복원공사를 마치면서 이 건물의 사적 번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문화역서울 284>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개관 이후로 전시, 공연, 콘퍼런스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이어지면서 이 건물을 찾는 방문객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 조성공사가 마무리되면 문화공간으로서 이 건물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대한민국 수도의 관문에서 아름다운 근대유산을 배경으로 우리의 문화수준을 한껏 보여줄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공간으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윤희철 | 대진대 건축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