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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의 건축스케치

도심 속의 평화로운 섬 명동성당

지난달 중순 서울 명동성당에서 아퀴나스 합창단이 부르는 슈베르트의 ‘십자가 아래의 어머니(Stabat Mater)’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터라 명동성당 안에서 불리는 합창의 음향이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들리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중국, 일본 등지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복잡한 명동거리를 통과해 성당에 도착한 나는 갑자기 어떤 외딴 섬에 도착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복잡하고 국내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명동에 이렇게 여유있고 평화로운 넓은 공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삼건축의 설계로 명동성당 종합계획의 1단계 공사가 2014년 마무리됐다. 그 전의 명동성당과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이었다. 1898년 미국인 코스트 신부의 설계로 건립된 고딕양식의 대성당 앞쪽으로 넓게 자리한 열린 공간이 가장 큰 특징이다.


주차장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넓은 녹지와 보행자들의 광장을 조성했다. 열린 공간 아래에는 서점, 카페, 갤러리 등 다양한 편의시설과 문화공간이 자리 잡고 있고 외곽으로는 지상 10층의 서울대교구 신청사를 비롯한 파밀리아 채플과 프란치스코홀이 열린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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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에 사용된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이 신축건물에도 똑같이 사용되어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느껴진다.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는 명동성당의 전체 모습은 뒤쪽에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는 남산을 배경으로 멋진 도시풍경을 자아낸다.

종종 마련되는 명동성당 대성전 안에서의 음악회는 첨두아치와 리브볼트, 스테인드 글라스 등 고딕성당 내부의 아름다운 건축미와 그러한 공간에서 울려퍼지는 멋진 건축 음향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복잡한 도심 속 외딴섬과 같은 열린 공간에서 답답했던 마음 문이 열렸다면, 명동성당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음향에 잠시 자신을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추어 뾰족한 첨탑과 깊고 웅숭한 기도처의 고요와 따뜻함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합창의 하모니가 아직까지 내 귓가에 맴돈다.


윤희철 | 대진대 건축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