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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오 캐나다

행동파 사진가 나오미 해리스. 16년 동안 캐나다를 떠나 미국에서 살았지만 그럴수록 캐나다인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깊어져 갔다. 그것은 진지한 조국애라든지 어두운 자국의 역사를 파헤치려는 냉소적 책임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만약 책임감이 있었다면, 미국의 다양한 문화적 단면을 기록하는 떠돌이 사진가로서 한번쯤은 자신의 나라를 순례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가까웠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촬영기는 이베이에서 구입한 중고차의 미터기가 드넓은 캐나다 땅을 4번 횡단한 만큼의 숫자를 기록했을 때에야 끝이 났다.

 

오 캐나다

 

얼핏 보기에 대장정의 결과물은 흥미로운 여행 과정만큼이나 경쾌하다. 가죽 재킷과 터번 차림의 시크교도 모터사이클 클럽부터 얼음 여왕으로 선발된 긴 망토 옷의 백인 할머니까지 아무리 땅이 넓기로서니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군상을 모았을까 싶을 정도이다. 덕분에 금발의 백인만을 캐나다인이라고 떠올리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성취되었지만, 한편으로 사진 속 주인공들의 밝은 표정은 종교와 인종을 막론하고 누구나 캐나다 땅에서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 정착세를 내고 이민권을 따내야만 했던 화교 1세대나 일본군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까지 작가는 모든 국민이 순조롭게 캐나다인이 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한다. 나오미의 작업은 정치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자와 난민이 속출하는 시대에 과연 국가와 국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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