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때,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무너졌다. 다이애나 마타는 처음으로 남편의 고국 리비아의 땅을 밟았다. 소년 시절에 나라를 등진 후 처음 찾아가는 남편에게도 감회가 새로운 여행이었다. 40년이 넘는 카다피 독재 정권 동안 수많은 이들이 투옥되고 실종되었다. 그 명단 속에는 다이애나가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시아버지, 자발라 마타도 포함되어 있다. 반정부 지도자였던 자발라는 1990년 망명지인A 카이로에서 납치된 뒤 여전히 실종 상태다. 납치 5년 후 가족들은 그가 리비아 감옥에서 몰래 부친 편지 한 통을 받았으나 마지막 소식이었다. 고은사진미술관의 ‘두 개의 달’ 전시에서 소개하는 다이애나의 ‘증거’는 이렇듯 실종된 시아버지에 관한 작업이다.
Diana Matar, The Tomb, 2012
다이애나는 과거 시아버지가 머물던 이집트와 이탈리아를 포함해 단서가 있을 만한 리비아의 장소들을 훑는다. 시아버지에 관한 작업이지만 사진 속에는 그가 등장할 수가 없다. 단 한 통의 편지 외에는 어디에도 그의 흔적조차 없기에 애초에 이 작업은 사진적으로 불가능하다. 한편으로 그는 여전히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는 음표와 음표 사이의 침묵처럼 존재와 부재 사이의 틈 속에 머무르는 대상에 대해 고민을 던진다. 전시는 ‘무덤’이라는 제목이 붙은 바다 사진으로 끝이 난다. 지중해 어디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시아버지가 갇혔던 감옥의 경비병들 증언을 들은 다음에 찍은 사진이다. 증언에 따르면, 감옥에서 학살된 1000여명의 유골이 어느 날 밤 레미콘에 분쇄되어 바다에 뿌려졌다. 자발라는 그곳에 묻혔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증거는 없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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