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바그다드 호텔


Aram Karim, Hotel Refugees, 2014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이라크가 아닌 캘리포니아의 사막을 배경으로 한다. 황량하고 낯선 그곳에서 표류를 시작한 독일인 자스민은 카페 여주인 브렌다를 만나 우정을 싹틔운다.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두 여성이 서로를 보듬어 가는 영화의 줄거리는 삶의 변두리에 선 이들을 향한 따듯하고 연민 어린 시선으로 가득하다. 덕분에 모래바람이 잔뜩 일어나는 외딴 사막도 카페 이름만큼이나 이국적이다. 영화 제목과 비슷한 그랜드 바그다드 호텔은 상상이 아닌 실제의 공간이다. 이곳 또한 바그다드에 있지 않다. 대신 술라이마니야라는 이라크 북부 도시에 있다. 이 호텔과 인근 숙소에는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피해 도망쳐 나온 난민들이 산다. 말이 호텔이지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쪽방에 가깝지만, 그들은 그나마 목숨만은 건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피난민으로서 이들의 하루는 그날의 방값과 밥값을 해결하는 일로 시작해서 끝이 난다. 열세 살의 다함 파이야크는 아버지와 함께 구두닦이로 생계를 유지한다.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고 받은 돈은 우리 돈 2000원.



소년은 과연 영화처럼 소박하고 잔잔한 결말에 다다를 수 있을까.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 때가 많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지난 칼럼===== > 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갗의 무게  (0) 2015.09.17
증거  (0) 2015.08.27
가족 앨범  (0) 2015.08.06
공상 영화처럼  (2) 2015.07.30
회색 하늘  (0) 201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