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독서하는 여인’, 1770∼72년
무엇인가에 몰입한 여자는 아름답다?! 내 지인은 라스베이거스의 슬롯머신 앞에서 도박에 빠져있던 여자에게 홀딱 반해 연애를 한 적이 있노라고 고백했다. 아마도 그 연애는 몰입의 강도만큼 뜨거웠을 것이다. 물론 짧게 끝났겠지만!
그렇다면 독서에 푹 빠진 여자는 어떨까? 그것은 그저 아름답기만 한 모습일까? 똑똑한 남자들은 안다. 그것이 매혹적인 동시에 얼마나 위험한가를 말이다. 책 읽는 여자는 살롱문화가 성행하던 로코코 시대부터 본격 그려지기 시작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빈번히 그려졌다. 당대 귀족과 부르주아 여성들이 독서를 통해 교양 함양은 물론 지적 허영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살롱이었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사회 속의 여성들에게 애초의 책읽기는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기보다는 지루하고 비천한 일상을 견디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책을 통해 가정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상상력과 지식으로 이루어진 무한한 세계와 맞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 순간, 여자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아를 발견하면서 가정에 대한 순종을 벗어던지고 독립적 자존심을 얻기에 이른 것! 그녀들은 책을 통해 자아실현이라는 거대한 각성의 세계로 진입하는 중이었다. 그런 까닭에 책 읽는 여자들은 매혹적이긴 하지만 위험한 여자로 치부되어 경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화가들은? 그들도 역시 자기 세계에 빠진 여자, 손에 잡히지 않는 여자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책에 몰입한 여자가 꾸는 꿈에 화가 자신의 꿈을 투사한 것일까? 혹은 단순히 모델서기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책을 쥐어준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되면 움직임이 없는 여자를 그리기가 훨씬 수월했을 터이니 말이다. 어쨌거나 책 읽는 여자는 아름답다. 마치 놀이에 집중한 아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