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몸담고 있던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가 화가가 된 것은 순전히 병 때문이었다. 충수염을 앓고 그 합병증으로 1년간을 쉬어야 했던 마티스. 병상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기분전환용으로 그림을 그렸던 그는 그만 미술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마티스는 자신의 평범한 삶에는 빠져 있는 어떤 강력한 힘을 느꼈노라고 토로했다. 바로 어린아이처럼 자발적인 창조적 충동을 느꼈던 것이다!
그런 마티스가 말년에 또 한번의 장애를 입고 새로운 실험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기관지염을 치료하려고 갔던 프랑스 남부의 니스는 빛과 색채에 대한 그의 풍부한 감수성을 더욱 진화시켰고, 그곳에 오래 머무르게 했다.
니스에서 일흔을 넘긴 마티스는 다시 결장암에 걸렸고, 수술받아 생명은 건졌으나 상처가 감염되어 탈장이 생겼다. 결국 마티스는 남은 13년 동안 거의 침대에 묶여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
그때 그가 발견한 작업이 바로 ‘종이 오리기’다.
‘웅크리고 앉아있는 파란 나부’(1952)와 같은 종이로 붙여 만든 그 단순하고 강력한 작품들이 그의 말년에 이루어진 것이라니! 만년의 대가는 붓질 하나로도 예술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다더니 과연 옳은 말이다. 어쨌거나 마티스의 ‘오리기 작업’은 신체 상태가 그만의 예술적 수단을 요구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양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재다능하며 왕성한 상상력을 지닌 그는 이 위기조차 연금술적으로 활용했다. 마티스는 이 작품의 색채와 유희적인 경쾌함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병으로 고통받는 친구들의 침대 주변에 자기 그림을 걸어줄 만큼 자신의 작품에 쓰인 색들이 건강하게 빛난다고 믿었던 것!자신이 만든 작품의 치유력에 대해 확신하면서,
침대 위에서 종이를 오리고 있는 늙은 마티스만큼 사랑스러운 존재를 나는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