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0일 월요일. 이날은 연천에 있는 허브빌리지를 방문하겠노라 그곳의 팀장과 약속을 일찍이 잡아 놓았던 날이다. 그날 오후. 쌀쌀한 날씨에 하늘도 잔뜩 찌푸려 한바탕 눈이 내릴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첫눈이 펑펑 쏟아졌다. 첫눈 치고는 꽤 많은 눈이 내렸다. 휴대폰의 내비는 목적지를 큰길이 아닌 좁은 산길로 안내한다.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는 산길이었던 탓에 도로에는 주행이 만만찮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첫눈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다소 긴장한 상태로 조심조심 산길을 넘었다. 다행히 큰길을 만나 잠시 중단되었던 첫눈에 대한 감상에 젖어본다. 그사이 어느덧 차는 목적지인 허브빌리지에 도착한다. 눈이 많이 와서인지 허브빌리지를 찾는 관광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덕분에 팀장과 여유있게 눈 내린 허브빌리지 이곳저곳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연천군 왕징면 북심로에 위치한 허브빌리지는 임진강변 언덕 약 5700㎡의 부지 위에 카페, 식당, 허브숍, 펜션 등의 기능을 하고 있는 북유럽풍 건물들과 라벤더를 비롯한 다양한 허브와 형형색색의 꽃밭이 넓게 조성되어 있는 허브 마을이다. 경사지를 활용한 단층 위주의 목조 건축물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평안함을 가져다준다. 건물의 내외부로 연결되는 통로들은 마치 북유럽의 조그만 마을의 골목길을 연상케 한다. 언덕 아래에는 400평가량의 온실이 위치해 있다. 300년 된 올리브 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허브들이 눈 내리는 이 겨울에도 진한 허브 향기를 강하게 뿜어낸다. 이 허브 온실 끝자락에는 테이블까지 온실에 내놓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붙어 있다. 온실을 향해 모든 유리문들을 활짝 열어 놓은 이 레스토랑과 온실의 모습에서 진한 이국적 정취를 느껴본다. 온실을 나와 언덕길을 오르면 임진강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는 안젤로니아와 프렌치 라벤더 밭이 눈앞에 들어온다. 겨울이기에 라벤더의 연녹색과 안젤로니아의 핑크빛이 만들어 내는 색채의 향연은 저물었다. 그러나 이날처럼 눈과 함께 만들어내는 겨울 풍경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건물로 돌아오는 길에 놓인, 소원을 들어준다는 엄청난 크기의 거북바위가 나의 시선을 끈다. 잠시 거북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작은 소원을 하나 빌어본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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