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전철의 종착지 소요산역 두 정거장 전에 위치한 보산역에 가면 이색적인 풍경이 우리를 기다린다. 고가의 전철역사 옆으로 길게 드리워진 저층 상가들의 모습에서 이국적인 풍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형형색색의 현란한 건물들과 외국어 일색의 간판들은 외국의 한 소도시 모습이다. 교각 밑은 플리마켓 등 다양한 거리축제가 가능한 산뜻한 광장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1980~1990년대 음식점, 클럽 등 많은 점포들이 길 건너에 주둔하던 미2사단 2만여명의 미군들을 상대로 크게 성업했던 곳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군들이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이곳 상권은 급속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동두천시는 침체된 상권을 살리고자 이곳을 외국인 관광특구로 지정하였다. 건물의 외관을 현란한 그라피티로 덧입히고 다양한 디자인의 외국 간판으로 거리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빈 상점들을 하나둘 리모델링하여 다양한 공예공방들을 유치하는 디자인아트빌리지도 추진 중이다. 또한 이 보산동 골목은 한국의 록밴드가 시작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신중현, 조용필 같은 많은 뮤지션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클럽 하나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말 ‘두드림뮤직센터’를 개관했다. 한국 그룹사운드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관과 공연장을 조성한 것이다. 철로 교각 밑 광장에는 주말마다 플리마켓이 열리고 10월에는 핼러윈거리축제가 펼쳐지는 등 다양한 거리축제가 이어진다고 한다.
거리 곳곳에는 외국인들이 직접 운영하고 요리를 하는 외국음식점도 많이 눈에 띈다. 눈발이 흩날리는 어느 날 야외무대가 바라보이는 광장에 면한 조그만 스페인 음식점에 들어갔다. 벌써 몇몇 외국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고자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스페인 주인장이 직접 만들어 주는 음식을 접하니 오래전 혼자서 유럽 배낭여행하던 때가 떠오른다. 전철역 앞이라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아지트가 많이 조성된다면 예술인들과 교감하려는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이곳으로 옮겨지리라. 올가을에는 다시 이 자리에 와 창밖의 무대에서 펼쳐질 록밴드의 선율을 들으며 색다른 메뉴를 골라보고 싶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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