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에서 다시 홍은사거리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상명대 앞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도로 아래 계곡 쪽에서 불쑥 솟아오른 한옥 지붕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아래쪽으로 내려가 차를 대고 홍제천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예전에는 멋진 계곡이었을 이 홍제천 위를 가로지르는 5개의 아치로 구성된 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 다리와 곧바로 연결된 우진각 지붕을 한 성문이 앞서 궁금해했던 바로 그 한옥 지붕의 건물이다. 조선시대 서울의 성곽과 북한산성의 방어를 위해 세워졌던 성문인 홍지문(弘智門)이다. 성문 옆으로 계곡이 맞닿아 있으니 다리 역할을 하는 성벽이 필요했으리라.
다리 아래는 5개의 아치로 물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렇게 5개의 아치가 있는 다리라 하여 오간수문(五間水門)으로 불린다. 다리 위에는 성벽이었음을 알려주는 성가퀴(성벽 위에 몸을 숨겨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낮게 덧쌓은 담)가 놓여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성벽은 다리 건너 우측 상명대학교 경사지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이 성벽이 탕춘대성(蕩春臺城)이다. 탕춘대성은 한양도성과 외성인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산성이다. 한양도성의 북소문에 해당하는 창의문(자하문)에서 시작하여 북한산 서남쪽 비봉까지 연결되는 약 5㎞의 구간이다.
탕춘대성의 명칭은 세검정에서 동쪽 100여m 떨어진 산봉우리(현재 세검정초등학교)에 연산군의 놀이터였던 탕춘대가 있었는데, 그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결국 홍지문은 이 탕춘대성을 통과하는 문으로 한양의 북쪽에 있다 하여 ‘한북문(漢北門)’이라고도 하였다. 현재 도로에 의해 성벽의 한쪽이 잘려져 있는 비대칭의 형상을 하고 있어 오히려 미학적으로는 독특한 미감을 자랑하고 있다.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추진과 함께 이 탕춘대성도 확장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 정비가 추진된다고 하니 머잖아 말끔히 단장된 탕춘대성의 새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은 홍제천 아래쪽에서 홍지문과 오간수문을 올려다보며 그린 것이다. 오간수문 위쪽으로 상명대학교 캠퍼스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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