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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의 건축스케치

정동교회

- 5월 4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정동길과 덕수궁길, 서소문길이 만나는 로터리 모퉁이에 세월의 때가 묻은 아담한 교회당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중 “언덕길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이라는 가사에서 나오는 교회당이 바로 이 교회이다. 그 이름 정동교회.

선교사 아펜젤러는 1885년 우리나라 최초로 근대 사학인 배재학당을 설립하고 같은 해 10월 이 정동교회도 창립하였다. 따라서 배재학당과 정동교회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2년 후인 1887년에는 첨두아치가 두드러진 고딕양식의 벧엘 예배당이 건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교회는 나에게는 뜻깊은 추억이 담겨 있는 장소이다. 그 옆에 있었던 배재학당을 다녔기 때문이다. 지금은 명일동으로 배재학당의 캠퍼스가 이전했지만 나의 재학시절에는 이곳 정동에 캠퍼스가 있었다.

 

 

기독교 학교여서 배재학당의 학생들은 매주 한 번씩 학년 단위로 이 벧엘 예배당으로 이동하여 채플을 보았다. 한 번은 채플시간에 합창반 친구들이 특송으로 무반주 남성복사중창곡을 연주하였다. 이 연주에 크게 감동을 받은 나는 이후로 음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합창반에도 들어가게 되고 개인적으로 꾸준히 연습하여 채플시간에 많은 친구들 앞에서 독창할 기회도 갖게 되었다. 나의 전공을 하면서도 음악석사를 2개나 따는 열성을 보일 수 있었던 기반도 돌이켜보면 이 예배당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동길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고즈넉한 이 예배당 앞쪽에는 로터리가 만들어지고 차로를 줄여 넓은 보행로가 조성되었다. 그 덕에 이곳은 보행자들의 아늑한 보금자리가 된 지 오래다. 요즘에는 수시로 교회당 안뜰이나 그 옆 덕수궁 돌담길에서 거리 음악회가 열려서 멋진 도심의 문화광장으로 자리매김되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잘 아는 소프라노 한 분이 이 교회에서 연주회를 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서 감회가 새로웠다. 언젠가 나도 한번 정동교회 안이나 마당에서 연주를 해보고 싶다. 옛날 고등학교 시절 채플시간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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