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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무령왕릉은 왕과 왕비가 1400년 넘게 세월을 함께한 사랑과 축복의 힘이 강하다. 신라의 황남대총을 보면 부부가 북분과 남분에서 각각 떨어져 세월을 보냈지만, 백제의 무령왕은 벽돌무덤을 짓고 왕비와 한곳에 묻혔다. 무엇이 더 좋은지 알 수 없으나, 역시 무령왕과 왕비의 금슬은 부럽다.





백제 무령왕은 불꽃 같은 힘과 풀꽃 같은 생명력을 준다. 무령왕과 왕비의 금관에는 불꽃처럼 솟아오르는 힘과 풀꽃처럼 피어오르는 생명이 담겨 있다. 백제의 불꽃 같은 아름다움은 신라 금관이 보여주는 나뭇가지의 직선미와 사슴뿔의 힘과 다르다. 백제와 신라의 오묘한 미감의 차이는 우리 문화에 다양한 기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령왕의 금관은 불꽃이다. 금관의 화염이 유연한 곡선미로 솟아오른다. 왕의 금관은 화염이 자유롭게 힘의 흐름을 타고 상승하면서도 전체의 모습은 꽃봉오리처럼 수렴된다. 좌우대칭의 틀에 얽매이지 않지만, 과도하게 벗어나지 않는다. 화염의 결마다 피어난 불꽃들을 작은 금판으로 만들어서 금실로 연결했다. 꽃봉오리처럼 솟아오른 화염은 맨 위에서 세 갈래로 온화하게 마무리된다.

무령왕비의 금관은 불, 풀, 꽃, 새가 어우러지는 생명이다. 왕비 금관도 화염이 솟아오르는 모습이지만, 하단부에 항아리 모양을 두어서 안정감을 추구했다. 항아리 속은 풀잎들이 굵직굵직하게 품어 생명을 기르는 모습이다. 화염의 윗부분에 두 마리의 새가 작은 병 위에 피어난 꽃봉오리 속에 앉아 있다. 왕비의 화염은 엄마새가 꽃봉오리 속의 아기새를 감싸서 보호하는 큰 날개로 수렴된다.

무령왕릉은 불꽃 같은 힘과 풀꽃 같은 생명력을 받는 곳이다.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이 그곳에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근무 시절, 매일 무령왕과 왕비의 흔적을 정성으로 돌보았다. 그 결과일까, 나는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큐레이터로 발탁되었고, 수년간 미뤄오던 박사 논문도 탈고했다. 당시 박물관 동료들은 결혼하고, 아기도 생기고, 승진도 했다. 그렇다. 곧 무령왕과 왕비를 만나러 다녀와야겠다.




선승혜 | 아시아인스티튜트 문화연구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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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