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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코트디부아르 미장원


머리 모양이 첫인상의 70%를 차지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 정확한 수치는 아니더라도 설득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나 아버지가 아프리카 태생인 에밀리에 레그니에의 무용담을 듣다 보면 흑인 여성이 곱슬머리에 대해 가지는 애증이야말로 남다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빗지 않아도 찰랑거리는 금발이었는데, 캐나다 학교에서 유일한 흑인 아이였던 에밀리에의 곱슬머리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어서 그녀는 늘 번개처럼 뻗친 머리를 하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가 최근 촬영차 코트디부아르에 갔다가 미장원에서 반가운 풍경을 목격했다. 탈색으로 머리칼 색깔을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모양의 가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비욘세 같은 외모를 꿈꾼다고 말했지만, 저마다 개성 넘치는 머리 모양들은 사실상 국적 불명이었다. 그러나 혼혈로서 늘 정체성을 고민하던 에밀리에의 눈에 그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저마다의 특이하고 진지한 머리 모양에 대한 탐구는 오히려 서구 사회에 대한 동경이나 성의 상품화라는 무거운 수식을 걷어내는 싸구려 반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쇄가 쉽지 않은 그곳 미장원에서는 구식 필름 카메라로 샘플 사진을 찍어 손님들에게 보여주곤 하는데, 에밀리에는 그 방식을 고스란히 자기 작업으로 삼았다. 심지어 인화 비용을 아끼기 위해 각기 앞과 옆 모습을 찍은 두 장의 필름을 오려서 한 장으로 만든 콜라주 방식도 그대로 빌려왔다. 동네 유일한 싸구려 현상소에서 심각한 고민 없이 사진을 뽑는 것은 물론이다. 작업의 아이디어를 얻은 대가로 미장원에 사진들도 기증했다. 대신 그녀는 구식 카메라를 들고 이제 미장원 밖을 나와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까지를 목격하기로 했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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