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돌도 썩고 브론즈도 썩으나 고대의 부장품이었던 테라코타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잘 썩지 않습니다. 세계 최고의 테라코타는 1만년 전 것이 있지요.” 권진규(1922~1973)는 “불장난에서 오는 우연성을 기대할 수 있고, 결정적인 순간에 딴 사람에게 마무리 손질을 맞길 일이 없는” 테라코타를 사랑했다. 미술품 복원가 김겸이 확대경을 끼고 권진규의 테라코타 내부를 들여다보았던 경험을 남긴 칼럼을 보니, 예민하고 섬세한 예술가의 초상이 보인다. 대개의 점토작업이 수제비를 뜨는 정도의 밀가루 덩어리 크기로 점토를 떼어내 매만지는 데 반해 권진규는 작은 콩알만 한 크기의 점토를 붙여가며 형상을 빚고 있었단다. 이 전문가는 작가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살아 움직일 듯한 생명의 긴장감이 “고집스럽게 심어 넣은 작은 생명.. 더보기 이전 1 ··· 194 195 196 197 198 199 200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