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의 꼭짓점 ‘분수’는 물의 판타지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을 숙명으로 알았던 물이 모처럼 하늘로 솟아오른다. 분수의 힘에 의지해 시원하게 하늘을 가르지만, 중력과 속도의 영향을 온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정점에 다다르면 이내 땅으로 쏟아져 내린다. 하늘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는 물줄기를 보며 권현빈은 물방울이 가장 높이 치솟아 ‘하늘을 톡톡 치는’ 순간에 시선을 멈췄다. 물방울이 분수의 꼭짓점에 닿는 순간은 너무 짧다. 정점은 한계점의 다른 말이다. 정점에 도달하면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물줄기는 세상을 움직이는 커다란 법칙을 전한다. 간혹 어떤 물방울은 변수를 만나 정해진 동선에서 벗어나거나, 조금 더 높은 하늘을 찍어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물방울도 결국은 땅으로 떨어질 것이다. 분수의 포물선 위로 서로 .. 더보기 이전 1 ··· 197 198 199 200 201 202 203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