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식씨의 세상나들이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양파를 다듬고 있었다. 인사 한마디 건네볼까 싶었지만 방해될 게 뻔해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말을 붙일 수 있었다. 말을 붙이려던 이유는 단순했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쯤 아랑곳하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자꾸 눈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올해 나이 쉰을 넘긴 그의 이름은 김광식. 1급 지체장애를 가진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1998년 여름 경상북도 문경 인근의 한 작은 농촌에서 열린 장애인농활 행사 즈음 시작되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몸에 새겨진 장애와 상관없이 그의 몸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지런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떠다닌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에게 버려진(?) 아픈 기억도 구타와 통제가 심했던 장애인시설에서의 성장 과정도 .. 더보기 이전 1 ··· 226 227 228 229 230 231 23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