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오렌지를 바라본다는 것 사물 하나와 거의 매일 눈을 맞추며 지낸다. 휴일이거나 종일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이 아니라면 예외가 없다. 대단히 귀하거나 뭔가 특별한 품새를 지닌 것도 아니다. 통칭 과일로 불리는 오렌지가 그 주인공이다. 애초 입맛을 채우기 위해 과일가게에서 산 여럿 중 하나였다. 사무실 책장 한 귀퉁이에 일부러 두고 바라본 지 100일이 훌쩍 넘었다. 시간의 궤적이 쌓이는 동안 당연히 오렌지의 외양은 처음과 완전히 달라졌다. 싱싱한 상태로 내 앞에 ‘생성’되었던 오렌지는 어느새 특유의 주황빛과 탄력을 거의 잃은 ‘소멸’의 시기에 들어선 지 오래다. 바닥에 닿는 부분에는 곰팡이까지 잔뜩 피어 있고 시큼한 냄새도 별로 좋지가 않다. 썩어서 퇴화 중인 보잘것없는 사물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는 이 생성과 소.. 더보기 이전 1 ··· 223 224 225 226 227 228 22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