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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

광식씨의 세상나들이

거리의 사진사 광식씨가 서울 나들이를 온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고 있다. 2006. ⓒ임종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양파를 다듬고 있었다. 인사 한마디 건네볼까 싶었지만 방해될 게 뻔해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말을 붙일 수 있었다. 말을 붙이려던 이유는 단순했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쯤 아랑곳하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자꾸 눈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올해 나이 쉰을 넘긴 그의 이름은 김광식. 1급 지체장애를 가진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1998년 여름 경상북도 문경 인근의 한 작은 농촌에서 열린 장애인농활 행사 즈음 시작되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몸에 새겨진 장애와 상관없이 그의 몸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지런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떠다닌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에게 버려진(?) 아픈 기억도 구타와 통제가 심했던 장애인시설에서의 성장 과정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할 수 있는 노동의 범주 안에서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길거리에서 노점을 하며 떡볶이도 팔아봤고 비누나 화장지를 휠체어에 싣고 다니며 여러 단골들을 만들기도 했다. 생계를 위한 수단이지만 세상에 대한 높은 관심이 그의 몸을 가만히 두지 않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라고 그가 말했다. 심지어 광식씨는 장애인올림픽 보치아 부문 국가대표를 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그는 사진까지 활동범위를 넓혔다.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카메라를 사서 전동휠체어 손잡이에 끼우고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닌다. 그렇게 찍은 자신의 호기심 충족 결과물들을 자랑하거나 좋은 평가를 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지금 그는 어디에 가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광식씨의 세상 나들이는 오늘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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