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파스 붙이는 날 ‘경기장’ 한가운데서 허리가 꺾이는 즐거움을 경험했다. 실제 허리가 휘는 듯한 통증이 있었음에도 히죽히죽 자꾸 웃음이 나왔다. ‘놀아주기’ 임무를 부여받은 나는 스무 명의 6세에서 7세 사이 ‘꼬마 선수’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리저리 불려 다니기를 반복했다. 서너 명씩 조를 이루어 사방으로 흩어진 선수들은 쉼 없이 나를 호출하며 자기네 조와의 맞상대를 강요하거나 숨넘어가는 미소로 유혹하기도 했다. 결기를 가득 품은 한 선수는 손수 종이로 만든 광선검을 자랑하다가 빈손인 나를 측은히 여기고는 즉석에서 검을 만들어 주는 통 큰 배포를 보여주기도 했다. 예닐곱 명의 또 다른 선수들은 저마다 책 한 권씩을 들고 먼저 읽어달라며 매달렸다. 동시에 꽤 튼실해 보이는 두 소녀 선수가 양쪽 어깨에 사이좋게 걸터앉은 채 .. 더보기 이전 1 ··· 239 240 241 242 243 244 245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