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아무도 없다 맥박보다 느리게 뚜벅뚜벅 걷는 검은 자의 걸음은 숲을 지나 철문을 지나 계단을 오른다. 울렁이는 소리에 둘러싸여 건물을 맴돈다. 이 오래된 곳에는 먼지가 화석처럼 붙어 있고, 부스러지는 벽 사이로는 풀이 자란다. 하루에 1만5000t의 하수를 처리하는 장소가 되기 위해 2만9041㎡의 땅 위에 1997년 등장을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22년째 버려진 이곳은 ‘성남시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이라는 이름의 폐허다. 용인시 수지의 하수를 처리해주기로 한 이곳의 용도가 성남시 구미동의 지역 공동체는 불쾌했다. 남의 동네 하수를 처리하는데 악취마저 심했다. 시험가동을 마친 뒤 ‘혐오시설’은 문을 닫았다. 10년 후, 하수종말처리장이 되지 못한 이곳은 특수목적고등학교가 되고자 했다. 사람들은 반대했고, 다시 .. 더보기 이전 1 ··· 241 242 243 244 245 246 24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