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은 남자 화가가 그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한 가지를 흔들리지 않고 실천할 수 있기를 오랫동안 원해왔다’고 기술한 문영민은 무릎 꿇고 엎드린 남자의 뒷모습을 그려왔다. 작가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화면에 담으며 일상에서 되풀이되는 한 부분을 회화라는 반복 행위로 옮기는 실천을 수행 중이다. 반복은 시간을 살아내는 일이자 경험을 축적하는 일, 성찰의 도구, 혹은 스스로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특정할 수 없는 어떤 공간 안에서 한 남자는 무릎을 꿇은 채 엎드려 있다. 남자는 절을 하는 중이다. 한국사회에서 절은 익숙한 동작이다. 제사상 앞에서, 장례식장에서 죽은 자를 애도하며, 남겨진 자를 위로하며 사람들은 몸을 숙인다. 크고 작은 폭력이 일상적으로 .. 더보기 이전 1 ··· 527 528 529 530 531 532 533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