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무, Lifeless Portrait-Laurel, 2012
사진 발명 초기, 혹은 사진을 처음 받아들인 사회에서 사진을 찍으면 영혼을 빼앗긴다고 의심한 일화가 많다. 세계에서 유일한 존재인 내 모습을 복제했다면 그 몸을 따라 영혼도 옮겨간다고 믿었다. 신체는 혼을 담은 껍데기일 뿐이었다.
이제 사진에 대한 태도는 양 갈래다. 눈에 보이는 물성만을 정확하게 재현해낸 차갑고 기계적인 이미지를 두고 생명성을 운운하는 것은 구식이라는 축이 하나.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고유한 분위기와 태도로 인해 사진을 통해서도 탁월한 심리 묘사가 가능하다는 축이 다른 하나. 이현무는 이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조금 비껴간 질문을 던진다. 사진을 찍을 때 생명이 빠져나간다면, 그 분리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을까.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다. 세상과 작별할 때 눈을 감는다고 말하는 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로서의 신체 기관이 기능을 멈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감긴 눈은 자신의 내부로 침잠한다. 작가는 눈을 감은 지 15~30분 사이, 얼굴에 드러나는 미묘한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몰입도가 가장 높은 순간에 셔터를 누른다. 엑스레이 필름을 사용한 것은 상이 앞뒤로 맺히는 특성 때문이었지만, 비가시의 영역이라 여겼던 신체 내부를 투시한다는 상징성이 마음에 들기도 해서였다. 현상 과정에서 필름 한쪽 면에 무작위로 그은 선들은 생명을 담지 못한 혹은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는 신체가 경험하는 일종의 거친 소용돌이다.
작가는 영혼을 배제한 껍데기로서의 신체를 다루고 싶었다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사진에서는 인물들이 지니는 저마다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눈을 감고 있는 그 순간이 가장 예민하게 존재를 고민하는 정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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