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기억의 목소리 이곳에는 혁명가 체 게바라를 기념할 줄 아는 이가 거쳐 갔다. 그러나 그가 꿈꾸던 혁명의 기운이 골목 가득 풍기지는 않는다. 점처럼 박힌 채 노란 칠마저 뒤집어쓴 그의 얼굴은 변혁을 꿈꾸는 이들의 슬픈 최후 같기도 하다. 그 옆으로는 투박한 얼굴이 마냥 싱글벙글 웃고 있다. 조롱인지 희망인지 모르겠는 두 얼굴의 묘한 동거. 조만간 이 두 얼굴의 운명은 누군가에 의해 또다시 바뀔지도 모른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외진 길목의 시간을 멈추지 않으려는 듯 들꽃은 이제 늙어 홀씨를 퍼뜨리려 한다. 이렇듯 무심해 보이는 골목을 문선희는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80곳이나 기록했다. 그리고 그 골목에서 유년을 보냈던 80명의 이들과 인터뷰도 했다. 이제 모두 40대가 된 그들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 더보기 이전 1 ··· 661 662 663 664 665 666 66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