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적 트로피 출근길. 노아의 방주를 방불케 하는 지하철 안의 그 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흩어져서 어떤 일을 하는 걸까. 커피나 휴지 같은 회사 비품을 마련하기 위해 결재를 받으러 쫓아다니고 있을까 아니면 하루 종일 환자의 입속을 들여다보며 충치를 치료해 주고 있을까. 따지고 보면 저마다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전쟁을 치르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그 전쟁의 성격과 주인공들의 모습은 어떤 식으로 식별할 수 있을 것인가. 사진가 최현진의 ‘트로피’는 이 전쟁 속 전리품과도 같은 사물들에 관한 작업이다. 그것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서랍이나 바구니 같은 사각의 틀 안에 담겨 있다. 네모난 사무실의 네모난 서류철처럼 틀에 박힌 형식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전리품이 보관되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그 안에 담긴 내.. 더보기 이전 1 ··· 858 859 860 861 862 863 864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