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내가 나이 든 나를 안고 있다. 과거의 내가 어느 날 지금의 나를 찾아와 성모마리아가 그 아들을 품듯이 지그시 안아준다면, 그보다 더 큰 위로가 있을까. 나의 모든 지난 행적과 망설임을 알고 있는 나의 과거에는 굳이 용서를 구할 필요도 없이 그냥 흐느끼기만 해도 될 것이다. 어쩌면 가까운 이들에 대한 집착은 이렇게 온전히 나를 이해할 또 다른 분신에 대한 갈증 때문에 생겨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와 다르듯이, 그 누구도 내가 될 수는 없다. 우리의 결핍과 외로움과 집착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젊은 작가 조니 브리그는 아버지의 얼굴을 본뜬 탈을 쓴 채 아버지를 안고 있다. 사진 속에서 그는 젊었을 때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그 자신이기도 하며, 스스로 아버지가 된 미래의 모습이기.. 더보기 이전 1 ··· 887 888 889 890 891 892 893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