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죽음 기계의 속살을 본 적이 있는가. 사람 몸처럼 기계 속에도 전원이 타고 흐르는 혈관이 있고 오작동을 막아주는 뇌가 있고, 미세한 움직임을 위한 손발이 있겠으나 그 원리를 하나하나 따져 보는 이는 드물다. 스마트폰이 점점 똑똑해지기 위해 그 몸속에 어떤 장기를 달아야 하는지는 사실 관심 밖이다. 빠르고 쉽고 섹시하게 진화하면 그뿐. 기계는 이렇게 쓸모에 따라 유행처럼 찾아왔다가 진화된 경쟁자에게 밀려 고물로 취급 받기 일쑤다. 올해 갤러리 나우의 작가상을 받은 사진가 막스 데 에스테반은 이 기계의 운명에 주목한다. ‘명제1: 수명이 다한 사물들’이라는 제목처럼 기계는 그가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여러 명제 중 단연 첫 번째에 해당한다. 그에게 기계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물질문명의 시대에 소외된 생명체다. 그것.. 더보기 이전 1 ··· 889 890 891 892 893 894 895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