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니는 것처럼 텅 빈 복도에 사과가 부유하고 있다. 아니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낙하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기다란 복도는 사과가 천장에서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복도 앞에서 복도 끝을 향해 추락하고 있는 듯한 착시효과마저 준다. 아담을 유혹하고, 신데렐라를 잠들게 했으며, 뉴턴에게 추락하는 것은 무게가 있다는 것을 일러준 빨간 사과가 그렇게 허공에서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하강하고 있는 사과는 분명 낯설다. 사진가 안준의 ‘그래비티’ 연작은 우리 눈이 포착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시각적 실험이다. 실험이므로 조작된 사진이 아니다. 작가는 만족할 만한 이미지를 얻을 때까지 카메라 앞에서 사과 던지기를 쉼 없이 반복한다. 그.. 더보기 이전 1 ··· 905 906 907 908 909 910 911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