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와 블루 산부인과에서는 태아의 성감별이 불법임을 감안해 이런 흔한 편법을 사용한다. “분홍색으로 준비하셔야겠네요.” 간혹 ‘의식’이 있는 예비 부모들은 이 말을 들음과 동시에 파랑색 출산 준비물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남자와 여자에 대한 통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겠다는 청개구리식 몸부림이다. 그러나 생애 첫 배냇저고리로 파랑색을 걸쳤던 여자아이라 하더라도 분홍색 물건을 고집하는 날은 기필코 오고야 만다. 이건 부모의 의식적인 노력조차도 색의 코드화 앞에서는 실패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아이가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을 겪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일까. 혹은 원래 여자는 분홍을 좋아한다는 이분법 논리를 생물학적 특징으로 수긍하라는 뜻일까. 윤정미의 ‘핑크와 블루’ 연작은 이 아리송함에 대한 작업이다. 사진 속에서 아.. 더보기 이전 1 ··· 949 950 951 952 953 954 955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