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러닝셔츠 차림의 앳된 병사는 잔뜩 주눅이 들어 있다. 딱 봐도 이등병이다. 짧은 가시처럼 쭈뼛거리는 머리카락에서 시작해 경련이 일 만큼 가지런한 눈과 입을 거쳐 불끈 쥔 주먹에 이르기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사진가가 대놓고 시킨 것도 아닐 텐데, 카메라 앞에서 그는 완전한 ‘얼음’ 자세다. 온 생애를 통틀어 가장 긴장하고 있을 그 모습은 국방부의 홍보 사진 속 늠름함과는 다른 안쓰러움마저 불러일으킨다. 군대에 들어가는 순간 딴 사람이 된다고 했던가. 그래서 집단이란 참 무서운 곳이다. 사진가 강재구는 사진병으로 복무했다. 처음에는 이등병들의 사병증명용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몸짓, 표정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제대를 하고 나자 자연스럽게 훈련장에서 만난 예비역들에게 시선이 멈췄다. 새.. 더보기 이전 1 ··· 951 952 953 954 955 956 95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