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16. ⓒ한유림
“스치는 짧은 인연의 사람들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도, 그리고 나도 행복하면 좋겠다.” 시각장애인 사진가인 이혜성의 말이다. 이 말을 들으니 매일 밤낮으로 자기 걱정을 하며 기껏해야 내 가족, 내 편인 사람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나의 작품과 글로 인하여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이 위로받기를 바란다. 누군가 당신을 위해 지켜보고, 응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는 걸 이따금씩 떠올리면 좋겠다.” 시각장애인 한유림의 글이다. “별들이 반짝이던 그날. 4년 전의 아픔은 아직도 우리의 일상과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한유림의 바나나 두 개는 ‘2016년 4월16일’ 그날 찬 바닷속에 있던 친구들을 향하는 그리움의 표시다. 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이상봉 선생의 지도로 시작한 이들의 사진은, 보이는 것을 찍는 것이 아니다. 오랜 생각과 희망과 그리움과 한을 가슴속에 삭이다가 어느 순간 터져 나온, 우주를 떠돌며 빛나는 별과 같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우리들의 그 수많은 상처의 말과 위선적인 행위들이 부끄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의 사진이 시각장애인의 것이므로 주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짊어지고 온 온갖 한계와 도전을 이겨내며 예술로 향한 의지가 빛나기에 한결 가치가 있다. 이 힘든 세상에 모두를 끌어안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이 새삼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한다.
<김지연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