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원의 식사’ 연작. 2014. ⓒ김지연
놋그릇의 품위와 스테인리스의 견고함을 가볍게 제치고 한때 싸고 가볍고 간편해서 많이 사용하던 것이 이제는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해서 기피하고 있는 낡고 닳은 알루미늄 양푼에 시선이 간다. 거무스름하게 찌그러진 양푼에는 뽀얀 유백색의 감자가 곱게 깎여져 있다. 오늘 저녁 반찬거리인 모양이다.
‘문짝집’은 원래 대문 만드는 집에 세 들어 살며 식당을 했는데 문짝집은 망하고 식당은 그대로 하고 있다. 입구에는 ‘문짝집’ 간판 아래 ‘왕대포’라는 작은 입간판이 세워져 있지만 주로 백반을 먹으러 와서 막걸리 한 잔씩을 마시고 가는 경우가 많다. 반찬은 할머니의 기분에 따라 맛있는 것이 많이 나오거나 혹은 형편없을 수가 있다. 할머니는 그것이 기분에 따른 것이 아니고 일찍 와서 먹는 사람은 잘 먹고 가고 나중에 온 사람은 못 먹을 수밖에 없단다. 일정한 양을 만들어 놓고 그것만 팔면 그 메뉴는 끝이다.
주인 할머니의 기분이라는 것은, 가령 손님이 백반을 먹으러 갔는데 콩나물국밥밖에 안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할머니의 이 일관된(?) 성격 때문에 이제는 아무 상관도 없어진 ‘문짝집’ 상호를 그대로 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손님이 왕이라거나 하는 말은 누가 만든 것인가? 때로는 주인의 사정에 맞출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마침 30년 된 단골부부가 찾아오니 막걸리 한 사발에 시원한 콩나물국밥 한 뚝배기를 내놓는다. 손님은 묵은 김치 한 통을 선물로 들고 왔다.
<김지연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