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연작. 2016. ⓒ김지연
삼산이용원에 가면 늘 웃음이 나온다. 사진전 ‘삼천원의 식사’와 ‘자영업자’를 준비할 때, 몇 번이고 기웃거렸던 곳이다. 서로 다른 주제의 사진을 찍는데도 그때마다 끌리는 곳이었다. 일찍이 ‘나는 이발소에 간다’라는 주제로 작업을 했었다. 주변에서는 내가 이발관에 관심을 갖는 일이 여자로서 드문 일이라고들 했다. 미용실에 밀려 사라지게 된다든가 하는 이야기에 앞서 한때 ‘남자들의 공간’이었던 곳에서 나는 시큼털털한 면도용 크림 냄새와 함께 음험(?)한 농담이 배어 있을 것 같은 곳, 내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를 따라가서 의자 팔걸이에 얹힌 판자에 걸터앉아 머리를 자르던 곳. 이발소는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붙잡고 함께 늙어가고 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삼산이용원의 무심한 주인과 노인장들의 대화는 볼 때마다 웃음을 자아낸다. 특별히 머리를 깎으러 오지 않아도 매일 이곳에 오는 단골들은 정해져 있다. 이용원 안에 들어서면 작은 도마에 생간을 올려놓고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할아버지들과 마주한다. 이들은 낮술로 인해 볼이 늘 선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자영업자’ 동영상에서 나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도 다 이 부분에 와서 웃음을 터뜨렸다. 주인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으면 할아버지들은 자기도 대화에 끼고 싶어서 플라스틱 의자를 발로 툭툭 차고 다니며 시선을 끈다. 그러다가도 수줍은 소년들처럼 나무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도 한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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