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다 보다 연작, 2015. ⓒ 김지연
마스크는 원시사회에서 종교적 혹은 주술적 목적으로 얼굴에 페인팅을 한 것을 기원으로 보고 있다. 그 후 변장이나 여성의 얼굴 노출을 금기시하던 시기에 사용되었다. 현대사회에 들어와서는 액세서리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마스크는 코로나19로 세상이 떠들썩한 요즈음엔 생존에 꼭 필요한 물건이 되었다. 매점매석까지 해대는 바람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남 앞에서 맨 얼굴로 말을 한다는 것이 위협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누구나 마스크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불안하다. 몇 년 전 메르스를 겪으면서 정부가 얼마나 무력하게 대응했는지 모두들 기억하고 있다.
나는 2015년 ‘놓다 보다’ 사진 작업에서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나무에 마스크를 달아놓고 사진을 찍었다. 나무에 매달린 채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르는 마스크는 우의적이면서 현실이다.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이런 괴병이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또 혼란스러운 사태를 겪게 되었다. 이 모두가 사람에게서 기인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며칠간 나오지 않아 잠시 한시름을 놓는 사이, 대구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서울에서도 복수의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의 사망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하니,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몹시 크고 앞이 막막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 탓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여야와 국민이 합심하여 우리의 안전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김지연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