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청에서 파주 방향으로 이어지는 98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1.5㎞ 정도를 달리면 우측에 양주시가 자랑하는 문화유산 세 곳이 한 장소에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로 최근에 복원을 마친 양주관아가 도로에서 곧바로 눈에 띈다. 나지막한 담장 가운데 누각이 있는 커다란 외삼문이 양주관아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두 번째는 관아 우측에 위치한 국가무형문화재인 양주 별산대놀이 놀이마당이다. 둥근 지붕 위로 마스트들이 뾰족뾰족 올라와 있는 독특한 조형을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이 놀이마당의 우측에 위치한 양주향교이다. 450년이란 긴 세월을 지켜온 커다란 느티나무와 이 나무 가지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전통건축물의 모습이 멋진 구도를 연출해 낸다.
조선시대 이 지방의 중등 교육기관이었던 양주향교는 조선 태종 원년(1401년)에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다. 이후 1610년에 재건하였는데 한국전쟁 때 또다시 소실되자 유림들의 노력으로 지난 1984년에 옛 모습이 복원되었다. 입구의 솟을삼문을 들어서면 너른 뜰 중앙에 팔작지붕을 한 명륜당이 자리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강학공간이다.
대체로 명륜당 좌우에는 유생들의 숙소인 동재와 서재가 있는데 양주향교에는 동재와 서재가 없다. 그 대신에 수령 1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좌우에 한 그루씩 대칭으로 자리 잡아 배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명륜당 뒤쪽에는 제향공간이 있다. 앞쪽에 강학공간인 명륜당이 있고 뒤쪽에 제향공간인 대성전이 배치된 전학후묘(前學後廟)의 공간구성이다. 제향공간을 출입하는 내삼문은 문 3개가 서로 떨어져 있어 일반적으로 3개의 문이 하나로 되어 있는 형식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제례가 있을 때 사람들은 혼이 다니는 문인 중앙문은 이용하지 않고 동쪽 문으로 들어가서 서쪽 문으로 나온다. 닫혀 있는 내삼문 옆쪽의 나지막한 담장 너머로 안쪽을 둘러본다. 안쪽 끝 중앙에 맛배지붕 형식의 대성전이 위엄있게 자리 잡고 있다. 여러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이 향교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대성전 앞쪽에는 제사를 지낼 때 사용되는 건물인 동무와 서무가 좌우로 대칭으로 배치되어 제향공간의 질서를 부여하고 있다. 명륜당으로 눈을 돌리니 문들이 활짝 열려 있고 여기저기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흔적이 보인다. 홍보자료를 보니 주말마다 이 공간에서 다도와 전통을 익히는 강좌가 이루어진단다. 문득 무더운 여름날 오후 고목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서 차 한잔을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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