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으므니, 1990
뭐니 뭐니 해도 사진의 탄생이 우리에게 선물한 최고는 가족사진이다. 물론 대형 카메라 앞에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버텨야 간신히 얻을 수 있던 초기의 비싼 사진관 사진과, 누르기만 하면 나머지는 카메라가 다 알아서 해주는 ‘똑딱이’ 카메라 시대의 가족사진은 그 위상도 성격도 많이 다르다. 필름 카메라가 중산층의 필수품이던 시절을 거쳐 스마트폰 시대 우리의 모든 기념일은 이제 낱낱이 기록된다. 그러므로 가족사진은 개인의 작은 역사이면서 동시에 한 시대의 양식과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거대한 시각 아카이브이기도 하다.
비록 누구나 찍기에 너무 흔하고 세속적인 사진으로 치부되지만, 사진가들도 가족이라는 주제를 많이 다룬다. 그러나 사진가가 찍은 가족사진이 사진관 사진만큼이나 기술적으로 더 아름답고 완벽할 거라는 기대는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우리 집 앨범 사진에는 있으나 사진가의 가족사진에 없는 것은 웃음이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 두고 싶어하지만, 작가들은 대체로 그 행복 뒤에 숨겨진, 애증의 대상으로서의 가족 관계의 본질을 묻고 싶어한다. 생각해보면, 앨범 속 웃고 있는 어머니보다도 부엌에 서서 문득 먼 곳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더 진짜 모습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생의 늘그막, 무심히 저편으로 돌아누운 노모의 뒷모습이 비단 사진가 이상일 개인의 어머니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처럼 가족과 가족사진에 대해 다양한 의미를 던지는 ‘가족 앨범’전이 LIG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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