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유령도시 뉴욕
얼마 전 익숙한 거리의 가게 이름이 도무지 생각나지를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포털사이트에서 거리뷰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수월하게 가게 이름을 찾고 나자, 분명 이제는 없어져 버린 옆 가게도 함께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아주 잠시, 뭔가 비현실적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정작 몸은 컴퓨터 앞에 있는데 실제로는 과거로 돌아가 그 거리에 서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었다. 문제는 그 영상이 과거에 촬영된 것이 아니라 ‘실’시간 이미지라고 느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나는 지금이 아니라 과거 그 거리에 서 있다고 착각할 만큼 눈앞에 보이는 화면을 더 믿었던 셈이다. 어쩌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실시간으로 거리가 스캔되고 있는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있으면서도 그곳을 보고 싶고, 그곳에 관한 이미지를 보다 보면 정말로 그곳에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놀랍고도 무서운 시대에 살고 있음을 내 몸이 인정했던 것일까.
김호성이 인데코갤러리에서 소개하는 ‘유령도시, 뉴욕’은 구글의 거리뷰를 캡처해 각색한 사진이다. 작가는 뉴욕에 없었어도 사진은 뉴욕에서 만들어진 게 확실하니 허구의 이미지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구글은 초상권 보호를 위해 얼굴만을 흐릿하게 처리하지만, 김호성은 사람뿐만 아니라 거리도 건물도 또렷하지 않게 왜곡시킨다. 커다란 광고판이 녹아내리는 것 같기도 하고 굴절된 거울을 통해 훔쳐보는 것처럼 불완전한 이 이미지들은 마치 꿈에서 본 듯, 혹은 기억 저편에서 불러내온 듯 익숙하면서도 모호하다.
어쩌면 작가는 뉴욕 거리를 활보할 때보다 구글 거리뷰를 통해 뉴욕을 더 유심히 관찰하고 들여다봤을지도 모른다. 그가 만들어낸 매트릭스의 세계 속에서는 거기 있었다고 해서 다본 것도 아니고, 거기에 없었다고 해서 안 본 것도 아닌, ‘본다’는 것의 경계와 맞닥뜨리게 된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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