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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치는 어느 저녁, 현대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 사무실에 그가 설계한 위스콘신의 윙스프레드 주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중요한 손님들을 초대한 식사 도중에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져 난감한데, 어떻게 된 거죠?” 라이트는 당황한 기색 없이 “식탁 위에만 빗물이 떨어집니까?”라고 물었다. “그렇소. 음식들 바로 위에!”라는 대답을 들은 라이트는 “그렇다면 빗물이 떨어지지 않는 곳으로 식탁을 옮기시고 식사를 계속하십시오”라고 했다. “…?” 건축가의 황당한 처방에도 집주인은 이후 라이트가 설계한 집에서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빗물이 조금 새는 것쯤이야 시공기술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후 간단히 해결됐다. 그가 자랑스럽게 여긴 것은 그 집의 공간적 가치였던 것이다.

 

윙스프레드 하우스 (1939년 완성, 1989년 국가 역사 기념물 지정)

 

건축 설계란 우리 삶의 바탕이 되는 공간들을 조직하는 일이다. 주어진 기능을 생각하고, 건물이 자리할 장소의 의미와 훗날까지 유용할 시대적 가치를 담는 일이다. 자그마한 집 한 채의 설계에도 철학, 생태학, 환경학, 사회학, 도시계획, 공학, 시각예술 등 다양한 학문들이 동원된다. 짓는 과정에서도 건축가는 필요한 구조, 전기, 기계, 재료, 시공 전문가들과의 협동을 조율하는 중재자인 것이다.

 

건축가의 지휘 없이는 이 많은 전문가들의 팀워크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건축가에게 시공 전문가가 해야 될 일을 기대함은 잘못이다. 건물에서 물이 새는 것은 의학으로 말하자면 ‘감기’와도 비슷하다. 환자는 괴롭겠지만 감기는 의사의 문제라기보다는 간단한 처방으로 치유 가능한 것이다. 누수뿐만 아니라 단열, 차음 같은 것들만을 좋은 집의 절대조건으로 한다면 우리 건축문화는 도태될 것이다. 집이란 통풍, 채광, 조망도 중요하다. 사는 이의 안락함과 디자인의 심리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의 조화 속에서 좋은 건축은 만들어진다. 문명의 편의성이란 함정 앞에 전문적 요소에만 집착하다보면 공간이 가져야 할 인간성을 잃게 되기 마련이다. 라이트는 92세로 생을 접을 때까지 정열적으로 1000채가 넘는 집을 설계하였다. 그는 말년에 식탁을 치우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붕에서 물이 새지 않았다면 건축가가 충분히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은 것이다!”라는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조진만 건축가>

 

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