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만의 도발하는 건축 썸네일형 리스트형 틈은 창의성의 근원 엇비슷한 아파트들로 도시가 빼곡히 채워지기 이전 주택들로 이루어진 나의 동네는 모든 집들이 각기 다른 놀이터였다. 담장과 집의 틈, 계단 아래 틈, 다락, 벽장 안의 틈, 지하창고. 자신만의 놀이로 채울 수 있는 실로 다양하고 풍성한 틈들이 있었다. 주변 곳곳에 규정되지 않은 틈을 나만의 개성적인 놀이터로 활용한 것이, 돌이켜보면 오늘날 건축가로서 창의적인 발상을 하게 만든 중요한 밑거름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서의 ‘틈’이란 한자로 ‘사이 간(間)’에 해당한다. 건축은 인간(人間)이 앞으로 보낼 시간(時間)을 위한 공간(空間)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사람들 사이의 틈’, 시간은 ‘순간순간 사이의 틈’, 공간이란 ‘관계 짓기를 위한 틈’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이 중요한 ‘틈’들을 얼마나 의.. 더보기 분산되어 사라지는 도시 일견 복잡하게 보이는 도시계획의 단순 명쾌한 핵심은 ‘과밀의 질서를 얼마만큼 쾌적한 상태로 조직하는가’에 다름 아니다. 지금껏 많은 건축가들은 보다 크고 많은 건물들을 기반시설이 제공된 한정된 영역의 ‘도시’ 속에 최대로 넣기 위해 애써왔다. 기능이라는 이름하에 곳곳을 용도지구로 구분하고 위계에 따라 ‘○○중심’ 같은 인위적 질서를 부여하였다. 밀도가 답답해지면 광장이나 공원을 삽입하여 숨통을 틔운다. 이러한 집중과 과밀에 대한 숭배는 오늘날 환경 및 사회적 차원에서 다양한 도시문제를 야기하며 점차 그 유효성에 의혹의 눈초리를 던지게 한다. 이러한 방식과 대조적으로 현대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그의 말년인 1935년 제안한 이상도시 ‘브로드에이커 시티(Broadacre City): 새로운 공동.. 더보기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반전 1972년 7월15일 오후 3시32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멀쩡한 대형 아파트단지 프루이트 아이고는 다이너마이트 폭발음과 함께 한순간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지어진 지 17년밖에 안 된 이 건축은 뉴욕 무역센터를 설계한 당시 최고의 건축가 미노루 야마사키에 의해 공모로 선출되었다. 다양한 인문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모든 질서가 치밀하게 계획된 최첨단 시설로 공동주택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호평과 함께 각종 건축상을 휩쓸었다. 약 7만평의 땅에 총 33개동 2762가구를 질서 정연하게 배열하고 단지 내부를 기능과 효율에 따라 세밀하게 구획하였다. 그러나 칼로 자른 듯 과도한 질서는 거주민을 은연중 억압하고 분절시켜 갈등을 유발하였고 결국 단지 전체가 인종차별과 각종 범죄의 소굴이 되고 만다. 자연스레 빈집이.. 더보기 보는 것이 아닌 읽는 것 우리 주변 다양한 건축 시설물들의 기원은 대부분 근대사회의 제도 속에서 만들어졌다. 오늘날의 학교는 균질한 수준의 노동자 육성을 목표로 한 근대 공교육 제도에서 출발하였고, 심신이 건강한 시민을 재생산하기 위해 종합병원이 생겨났다. 신체 체벌형에서 교화를 위한 감금형으로 근대적 형집행의 사상전환에 의하여 오늘날의 감옥 시설이 나타났다. 박물관은 분류학의 등장으로부터, 철도역은 새로운 이동수단의 발명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시설들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의 장치이기도 하다. 건축공간과 제도는 서로 뗄 수 없는 상호의존적 요소이며 건축의 즉물적인 힘을 통해 비로소 제도는 완성된다. 영어단어 institution은 ‘제도’란 뜻과 동시에 ‘시설’이란 의미도 있다. 시설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지지하는 .. 더보기 기술의 진보로 점점 옅어지는 공간의 의미 18세기 세균학이 정립되기 이전의 유럽에서는 오염된 공기가 전염병을 전파한다는 공기감염설이 널리 퍼져 있었다. 따라서 치유의 공간인 병원 건축은 늘 공기의 흐름이 주요 과제였다. 과학자 보일의 기체 연구를 토대로 병실의 환기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한가지 방식은 과 같이 커다란 풀무를 건물 외벽에 설치하여 정화된 공기를 주기적으로 공급하였고, 또 다른 방식은 와 같이 공기 흐름을 고려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의사 마레와 건축가 스프로의 협업에 의한 1782년 설계도를 보면 병동은 공기가 흐르는 형태 그 자체를 따른다. 평면적으로 모서리 없이 부드럽게 호를 그리며 단면적으로는 위가 좁고 높은 반원형 곡면을 통해 공간 자체가 공기를 자연스레 통과하는.. 더보기 미완을 통한 완성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칸은 근대 건축 최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당시 지배적이었던 모더니즘 사조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근원으로 회귀하여 고전 건축에서 모티브를 얻고 창의적인 현대 공간으로 승화시켰다. 명쾌하고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내부에 극적인 자연의 빛을 담아내는 건축들을 선보인 그를 사람들은 ‘빛과 침묵의 건축가’라 칭송한다. 1972년 완성된 텍사스주 킴벨미술관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외부는 투박할 만큼 단순한 반원형 콘크리트 지붕을 나지막이 여섯 줄 이어 엮고 내부 곡면 천장에 가느다란 천창을 내어 온화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자연광이 충만한 전시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휑하리만큼 비워진 현관은 연못의 흐르는 물소리와 주변의 숲을 고즈넉이 품어 건물에 들어가기 전 예술적인 감흥.. 더보기 “인간은 창조하지 않는다, 단지 발견할 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우디를 떠올린다. 마치 도시 자체가 한 건축가의 이름으로 등식을 성립하는 특이한 경우이다. 가우디가 제자들에게 남긴 중요한 말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사실 인간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다. 단지 발견할 뿐이다. 새로운 창조를 위해 질서를 갈구하는 건축가는 신의 업적을 모방함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독창성은 창조의 근원에 가능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과학과 기술을 통해 기발한 것을 만들 수 있다 할지라도 그것의 바탕이 되는 재료는 항상 자연으로부터 온다. 공기나 빛, 광물 등 세상에 존재하는 자원들 모두 인간이 무에서 창조한 것은 없다. 창조의 주체는 조물주인 자연일 뿐이다. 또한 자연에는 무수히 상호 작용하는 관계성이 존재한다. 식물의.. 더보기 다양한 부분들의 질서로 이루어진 무작위적 도시 알제리의 수도 알제의 남쪽으로 약 500㎞, 사하라사막의 오아시스에 위치한 가르다이아(Ghardaia)는 사진과 같이 독특한 형태의 집락을 형성하고 있다. 11세기 이슬람교 음자브인들이 종교적 박해를 피해 남아프리카의 지중해 해안으로부터 옮겨와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일거에 만든 이른바 요새 도시이다. 주변이 온통 사막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오목한 지역에 위치하고, 마을은 낮은 언덕 지형으로 가장 높은 곳에 모스크의 첨탑이 있다. 이 모스크를 에워싸며 ㅁ자 중정을 가진 집들이 원심형으로 언덕 전체를 빼곡히 메우며 펼쳐진다. 실로 한 폭의 입체주의 회화를 보는 듯한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마을은 198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불규칙하게 무작위로 들어선 건축물들이 조화롭.. 더보기 독창성의 법칙 창조는 모방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성장하기까지 무수한 학습들, 즉 이전 것들의 모방을 통해 한 분야에서 숙달된 단계에 이른다. 그리고 세상에서 완벽히 독창적인 것은 잘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사고의 수단인 언어나 문자는 모두 기존의 것이며 그 결과물 또한 지나온 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기 힘들다. 대체로 우리는 이전 것들의 색다른 조합이나 덧댐으로 새로움이라 부르는 것에 한 발짝 다가가는 식이다. 좋은 건축을 만드는 데 있어 독창성은 필수 조건이나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질서가 되는 규범이 필요하다. 과거 시대별 양식이 규범이었고 근대에 와서 기능주의가 그 역할을 하였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건축 책이라는 비트루비우스의 는 로마시대인 기원전 60년경 집필되어 오늘까지 읽히는 교양서이다. 책 제목처럼 1서에.. 더보기 건축가가 남다른 창의성을 유지하는 법 건축가의 능력을 평가할 때 단지 한두 개 건축 작품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설계 시 어떤 제약들이 있었는지, 건축주 혹은 발주처가 도중 변경을 요구했다거나 공사과정에서 건축가의 설계의도가 충분히 구현됐는지, 완성 후 설계의도를 존중하여 잘 관리했는지 등등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고 그것이 현실에서 기능하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다사다난한 드라마와도 같다. 훌륭한 건축가의 판단 기준으로 평론가 바바 쇼조의 흥미로운 관점을 빌리면 ‘미분적 평가’와 ‘적분적 평가’가 있다. 미분적 평가란 한마디로 그 건축가가 얼마나 힘 있는 건축을 만들고 있는가, 디자인적인 가속도를 지니고 있는가다. 수학에서 곡선을 어떤 점에서 미분하면 접선의 방향을 표시하고 속도를 미분하면 가속도가 보이는 법이다. 이를 평가에 적용하자면 .. 더보기 등대의 빛 예술이나 패션처럼 건축계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자주 소개되고 세상의 주목을 받는 스타들이 존재한다. 건축학도나 새내기 건축가들은 언젠가는 스스로도 그렇게 되기를 꿈꾸며 이리저리 회전하는 등대의 불빛을 쫓아가듯 디자인을 한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등대의 불빛이 지나간 뒤의 흔적을 좇는 것이고, 한번 지나간 자리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다시 비추어지지 않는 법이다. 움직이는 등대에 비추어지기만을 바란다면 오히려 아무런 미동도 없이 한곳에서 가만히 기다리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다. 소위 유행이라 불리는 것이 디자인에 연관된 분야에 늘 존재해 왔다. 시대별로 보아도 항상 그 시대에 대표적이라 불리는 어떤 것이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러한 디자인을 고안한 건축가는 아이디어를 이론화하고 설계도로 표현하기까지.. 더보기 설득의 기술 설계를 의뢰받은 건축물의 외관 색상을 노란색으로 하고 싶은 어느 건축가가 있었다. 그는 설계 기간은 물론 건물이 지어질 때도 일절 외관의 마감처리에 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매번 설계 미팅 때마다 노란색 넥타이, 셔츠, 손수건, 모자, 양말, 바지 등 상대방에게 노란색이 읽히도록 의도적으로 의상에 하나씩 포인트를 주었다.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드디어 외장 재료를 결정할 시점에 건축가는 넌지시 던졌다. “뭔가 주변에서 돋보이는 색깔이 필요할 것 같군요.” 건축주는 “예? 여기 노란색이 아니었나요?!” 말이 필요 없는 설득의 한 예이다. 뛰어난 디자인 실력, 기술 그리고 종합적 판단력은 우수한 건축가의 필요 사항이다. 하지만 건축주로부터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건축행위에 관여되는 다양한.. 더보기 ‘완성’은 없다 독특한 나선형 관람 구조로 유명한 뉴욕의 명물 구겐하임미술관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최후 작품이자 최고 걸작이다. 생의 말년에 설계를 맡게 된 그는 미술관 인근의 호텔 객실을 장기 계약하고 사무실로 개조하여 완벽한 완성을 향한 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완공에 가까워지는 어느 무렵부터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공사과정에서 미술관 측과의 마찰로 인해 더 이상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에 분노와 실망을 느끼고 본거지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완공된 미술관은 개관 후 30년이 지나 다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지금과 같은 건축가의 원안에 가까운 방식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라이트는 사망한 후였다. 만약 그가 살아서 그것을 보았다면 과연 작품의 완성으로 보았을까? 흔히 우.. 더보기 모두의 역세권 프리미엄 시민의 발이자 도시의 핏줄이라는 지하철. 서울 지하철은 1974년 처음 개통된 이후 현재 10개 노선, 330개 역사, 351㎞의 구간을 통해 연간 약 20억명을 수송한다. 역사 공간은 전철을 타기 위한 단순한 통로 역할에서 도시의 발달에 따라 점차 환승영역이나 인접한 건물의 지하와 연결되는 부분까지 포함되면서 그 규모나 복합성이 날로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공간이 광고판이나 상점 이외에는 별다른 기능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면서 지하철 역사는 시민들에게 지하철을 타기까지 마냥 걸어야 하는 지루한 통로에 불과하다. 지하공간은 사계절이 뚜렷한 지상에 비해 항온·항습에 유리하고 또한 버스, 주변 건물 등과 바로 연결되는 장점이 있다. 역세권의 프리미엄은 지상에서 상업적으로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역 .. 더보기 서울의 속살 채석장 전망대 서울의 풍경은 굽이치는 산들과 언덕들의 자연과 도시가 묘하게 어울린 독특한 매력이 있다. 우리는 높은 곳에 올라 자연이라는 경관을 자신의 깊은 내면세계와 결합해 우리가 경험치 않고 보지 못한 감성의 풍경으로 탈바꿈시킨다. 마주한 풍경을 벗어나도 그 장소는 향수로 우리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게 된다. 풍경은 나를 통해 스스로 사유하며, 나는 그것의 의식으로 성립된다. 세잔의 말이다. 풍경은 거기에 일어나는 여러 상호 관계의 놀이 속으로 우리를 흡수하기도 하고, 그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긴장감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또한, 그 안의 뭔가 특별한 것이 우리에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일깨우는 것 같기도 하다. 전망대에서 원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꿈에 빠지기도 하고 몽상가가 되기도 한다. 그 속에.. 더보기 침묵의 자신감 “제대로 된 화가가 되고 싶다면 먼저 혀를 뽑아버려야 한다. 그래야 전달하고 싶은 것이 오로지 붓질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 될 테니.” 화가 앙리 마티스가 1942년 어느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북구 스웨덴의 건축가 시구르드 레베렌츠(1885~1975)는 바로 이 말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대다수 건축가가 과장된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방식과는 달리 그는 침묵의 건축가였다. 60여년에 이르는 창작활동 동안 평생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고 따로 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친 적도 없이 작업실에 은둔하며 오로지 작품에만 몰두하였다. 하지만 그가 하고자 했던 말은 그가 남긴 건축의 농후한 공간 속에 구석구석 살아 숨 쉬며 오늘날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귀 기울이게 한다. 당시 20세기 중반은 철과 유리의 첨.. 더보기 기술의 참된 의미 좋은 건축이 되기 위한 조건들을 논할 때 우리는 그것이 담고 있는 시대성을 이야기한다. 고고학자가 유적의 발굴을 통해 과거를 밝힐 수 있는 것은 바로 건축이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건축은 그 시대에 가장 적합한 기술과 재료로 지어야 한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통한옥이나 초가집을 짓지 않고 벽돌로 이쁘게 치장된 건축을 새롭다고 부르지 않는 이유이다. 지난 20세기 건축사를 돌이켜 보아 그 시대를 결정짓는 원형과도 같은 건축을 찾는다면 독일 베를린 캠퍼 광장에 있는 국립미술관 신관이 바로 그것이다. 이 혁명적 건축은 1968년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어 생애의 마지막 완성작으로 매우 단순한 입방체의 형태를 하고 있다. 모더니즘 거장이자 ‘Less is more.. 더보기 분칠하는 가짜들의 불편한 아름다움 2013년 일본 오사카 중심부에 빼곡히 들어선 고층 빌딩 숲을 지나던 시민들은 갑자기 바뀐 도시의 풍경에 감탄과 함께 환호를 보냈다. 오랜 세월 가로를 답답하게 채웠던 거대한 30층 높이 마루 빌딩 1층에서 6층까지가 벽면 녹화를 통해 녹음이 풍성한 자연으로 변모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오사카가 배출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아이디어를 내 지역의 새로운 상징이자 자부심이 된 ‘도시의 큰 나무’ 프로젝트였다. 흥미로운 점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녹화의 대부분이 플라스틱 조화였다는 사실이다. 벽면 녹화라는 특성상 성장하는 시간이 걸리는 넝쿨식물 위주로 조성이 되었고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초기효과에 보다 중점을 둔 것이리라. 워낙 정교하게 만든 탓에 시민들 모두 속아 넘어갔지만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 더보기 모든 것은 건축이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건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고대 이후 오늘날까지 건축에 대한 수많은 정의 중 가장 극단적인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모든 것은 건축이다’일 것이다. 이는 작고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한스 홀라인(1934~2014)이 1968년 제대로 실현된 작품도 없던 젊은 시절 패기 넘치게 발표한 논문 제목으로 당시 세계 건축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가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선언문 전후인 1960년대에 발표된 그의 작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물질적 환경제어 용품’(사진 1)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건축작품’은 하나의 캡슐 알약에 불과하다. 그것은 폐소공포증 환자를 위해 고안된 것으로 알약을 복용함으로써 환자의 갑갑한 공간에 대한 인식력을 떨어뜨리는.. 더보기 여백의 의미 건축가로서 건축주에게 의뢰받은 새로운 계획을 제안할 때마다 항상 논점이 되는 것은 특정한 기능을 가지지 않는 중정이나 넓은 복도와 같은 공용공간의 쓰임에 관해서이다. 왜 이러한 쓸모없는 공간을 크게 만드는 것이냐고 물으면 이것은 전체적인 건축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여백”이라고 나는 대답한다. 여기서 말하는 여백이라는 것의 의미는 아무 목적도 없는 ‘0’의 공간이라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개입과 아이디어에 의해 무한적으로 가능성이 확장되는 시작으로서 ‘0’의 공간이다. 기능적으로만 정돈되고 짜인 공간은 일견 효율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계획된 것 이상의 어떠한 가능성도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 삶을 조직하고 창조적 관계성을 만들어야 할 공간이 획일적이며 일방적 소통의 틀이 되는 것..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