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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고가차도는 1968년 만들어진 940m 길이의 아현고가였다. 산업화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교통량을 감당하기 위해 도로를 공중으로 들어 올린 고가차도는 근대화의 찬란한 상징이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전국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환경적으로 집과 거리에 그림자를 만들고 사회적으로 지역을 단절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고가를 허물고 아래 하천을 복원하거나 구조를 보강해 상부에 공원을 만드는 수고를 하고 있다. 이런 급진적 시도들을 전반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기능상 철거가 쉽지 않은 고가가 서울에만 180여개에 달한다. 고가 아래 그림자를 드리우는 면적으로 따져보면 여의도의 절반, 축구장 200여개에 맞먹는 규모다. 지도에 나타나지 않는 고가 하부 공간은 주로 노상 주차장이나 창고와 같이 방치되어 있지만 점차 가용지가 부족해지는 고밀화된 도시에서 잠재력 있는 유휴공간이기도 하다.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 보자. 지역을 단절하던 고가 하부는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해 다시 이어줄 수 있다. 이곳에 주변 어린이들을 위한 다목적 북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자. 책 읽기가 정말 재미있다는 사실을, 오늘 미디어세대 어린이들은 모를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있어서’ 책에 빠져드는 경험을 아이들에게 전해주면 좋을 것이다. 고가 하부에 독서 아지트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물하자. 방과 후 어린이의 책놀이터이자 함께 오는 부모들의 사랑방, 퇴근 후 직장인들의 여가 활용을 위한 공간, 주말에는 인근의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 문화강좌 등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변하고 사람으로 북적이는 공간으로 만들자. 책과 지식을 매개로 해서 주민이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고가의 선형적인 특성을 활용해 지역을 가로질러 확장시키자.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근 보행권 거리 내의 다양한 특색 있는 공간들과 연계해 활용한다면 마을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고가 하부 활용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다만 대부분 상업적 용도라는 아쉬움이 있다. 도시 재생 측면에서 20세기 말 스페인의 빌바오 효과는 스타 건축가로부터 비롯됐다. 낙후된 발바오 지역에 구겐하임미술관이라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만들어진 후 관광객이 몰려들고 호황을 맞았다. 또 뉴욕의 하이라인같이 폐기반시설을 녹지로 전환함으로써 재생효과를 얻은 사례도 많다. 이에 비해 고가 하부 유휴지의 다목적 북카페는 보다 쉽게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 보행 가로의 입체적 재생방식이 될 것이다.


<조진만 건축가>

Posted by K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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