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서 북한산 외곽을 돌아 고양시로 이어지는 39번 국도로 겨울길을 달린다. 장흥을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아파트 단지들이 시작되는 첫머리에 용미리로 이어지는 78번 국지도가 이어진다. 이 국지도에서 다시 갈라지는 367번 지방도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달리면 우측으로 일주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고령산 보광사’라고 씌어 있어 국지도에 바로 붙어 있는 사찰이 있음을 알려준다. 일주문을 통과하여 조금 올라가면 우측으로 넓은 주차장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부터 산사까지는 걸어 올라가라는 뜻일 게다. 걸어 올라가야 할 시작점에는 ‘해탈문’이라고 쓰인 또 하나의 자그마한 일주문이 보인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사찰의 경내임을 알려준다. 보광사의 주산인 고령산(622m)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어서 사찰의 진입로는 등산로로도 사용되고 있다. 나지막한 경사로를 따라 잠시 오르면 산사의 너른 앞마당에 다다른다. 마당 너머로 요사채와 범종각, 대웅보전, 지장전의 한옥지붕이 겹겹이 겹쳐져 고령산의 산줄기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선보인다.
보광사는 통일신라시대(894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이어서 천년고찰로 불린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것을 1622년(광해군 4년)에 다시 복원하였고 한국전쟁 때 일부 전각들이 소실되었으나 이후 꾸준히 복원하고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중심이 되는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있는 건물로 1740년(영조 16년)에 중건되었다. 겹처마의 팔작지붕, 다포식의 조선 중기 건축양식을 잘 보여준다. 대웅전 우측 위에는 어실각(御室閣)이라는 전각 하나가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다. 무수리로 궁궐에 들어와 내명부 정1품인 숙빈까지 올라간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신위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이 전각 앞에는 영조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심었다는 향나무가 자라고 있어 영조의 지극한 효심을 엿볼 수 있다. 사찰에 대해 친절히 소개해 주시는 스님의 말씀에서 천년고찰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공양을 꼭 하고 가라는 스님의 말씀에 생각지 않았던 사찰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도 덤으로 받았다. 봉사하러 모여든 여신도들의 화기애애한 대화 속에 겨울의 산사는 포근하기만 하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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