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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

광화문 현판

타이포그라피 디자인 강병인씨. 사진 김정우씨 제공


‘광화문’은 세종대왕이 붙인 이름으로 그 뜻은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이다. 광화문은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일제강점기 등 우리 역사의 수난 속에서 훼손과 복원의 곡절을 겪어왔다. 문화재청은 지난 8월14일 광화문 현판 글자의 원래 색상이 금박이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된 현판을 떼고 새 현판을 달 것”이라고 발표했다. 옛것의 복원을 내세운 것이지만 이에 대해 다른 시각들도 있다. 한재준, 강병인 등 디자인계 많은 인사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끔 광화문 앞을 걷다가 문득 광화문을 올려다보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광화문 뒤에 있었던 조선총독부 건물이다. 어릴 적 총독부를 무너뜨리는 뉴스를 스쳐가듯 접했지만 별반 감흥은 없었다. 사진을 보고서야 총독부의 규모와 광화문의 초라함에 놀랐다. 역사적인 건축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만약 총독부가 아직까지 있었다면 어떨까? 요즘 같은 시절이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시원한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광화문 현판이다. 예전 글씨를 복원했다고 하는데 지금 광화문의 상징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글자도 거꾸로 읽어야 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역사는 새롭게 잇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화문은 한자가 아닌 한글 ‘광화문’으로 쓰여지는 것이 맞지 않을까. 광화문 주변의 맥락을 살펴봐도 그것이 자연스럽다. 광화문 앞에는 세종대왕이 앉아 있고, 광장 지하에는 한반도의 역사와 한글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장이 있지 않나.


광화문 현판은 복원이나 문자에 대한 선호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역사학자 크로체가 말했듯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 현대의 광화문은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의 상징이다. 현대는 민주주의 공화국이며 한자가 아닌 한글을 공용문자로 사용한다. 이곳에 오는 해외 관광객들은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을 방문한다. 외국인이 충무공을 보고 세종대왕을 지나 광화문 앞에 섰을 때를 상상해 보자. 과연 현재의 현판이 맞을까? 총독부를 무너뜨리고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걷어냈듯이,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과감히 바꾸자.


<윤여경 디자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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