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중 크게 위로를 받았다는 나의 책 <천만개의 사람꽃>. 2019. ⓒ임종진
나의 사진이 가진 쓰임새는 과연 무엇일까. 한 해가 저무는 날에 이르러 숙연한 마음으로 지난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허허로운 생각이 커지면서 이내 삼고초려의 심정을 벗 삼아 스스로 맘을 달래본다. 그나마 얼마 전에 있었던 가슴 뿌듯한 기억 하나가 크게 위로가 되었다. 무척 바라긴 했으나 전혀 기대하지 않던 일이 내 눈앞에 떡하니 펼쳐졌다. 민망함에 손사래를 쳤지만 말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두 눈가가 벌게지기까지 했다. 그것은 세상에 내놓은 지 너무 오래되어 절판까지 된 나의 책 <천만개의 사람꽃>을 읽은 한 여성과의 우연한 만남 때문이었다.
믿고 따르는 한 인생 선배가 주선한 모임 자리에 참석했다가 내 이름을 알아본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암투병을 하며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던 그녀는 이 책을 읽고 크게 위로를 받았으며 그로 인해 다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내게 말했다. <천만개의 사람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8개 나라를 오가면서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이 지닌 가치를 사진과 짧은 글로 담담히 풀어낸 책이다. 출판한 지 10년이 훨씬 지났으며 이제 구할 수도 없는 이 낡은 책 한 권이 그녀에게는 생의 희망을 찾는 동력이나 다름없었다는 얘기는 오히려 내게 커다란 위안의 메시지였다. 세상이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느낌이랄까.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는 지금, 그동안 나의 곁을 지켜준 모든 이들에게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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