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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9.01.18 남영동 대공분실의 숨겨진 주인공
  2. 2019.01.11 따뜻한 겨울
  3. 2019.01.04 누군가의 특별한 하루

38년 만에 대공분실을 다시 찾아 자신이 고문당했던 방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고 김태룡씨. 2017.

 

영화 <1987>의 또 다른 주인공은 ‘남영동 대공분실’이지 않을까. 알려진 바와 같이 이곳은 32년 전 대학생인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 끝에 사망한 곳이면서, 오래도록 민주화운동가들에게 수사를 빙자한 고문으로 극심한 고통이 가해진 비극의 현장이다. 평소 찾는 이들이 극히 드물었던 이곳은 영화가 ‘뜬’ 후 수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래서일까. 영화 개봉 이전부터 이곳을 찾았던 한 사람을 기억하게 된다.

 

1979년 삼척고정간첩사건 피해자 고 김태룡씨. 그는 군부정권 시기 수도 없이 조작된 간첩사건의 한 희생양이자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무자비한 고문을 받은 실제 당사자다. 간첩이라는 사회적 매장의 그늘 아래 모진 삶을 살아온 그는 2017년 2월 38년 만에 다시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았다. 치욕스러운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던 그는 격한 공포와 분노의 감정을 토해 냈었다. 이후 반복적으로 현장을 찾으면서 심리적 트라우마를 덜어내기까지 그가 보여준 자기회복의 과정은 처연하면서도 대단한 용기 그 자체였다. 대법원 무죄판결로 간첩의 오명을 벗어내기도 했다.

 

온전히 자기 삶의 가치를 회복해가던 그는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또 다른 ‘김태룡’을 위해서라도 오래도록 그를 기억하고 싶다.

 

<임종진 사진작가·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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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국내외 여기저기 인연 닿는 대로 다닐 때 종종 누군가의 어머니들과 수다를 떨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만히 숨을 교환하며 그들의 나직한 음성과 몸짓에 집중하다 보면 눈과 귀부터 들뜨기 마련이다. 어머니들은 낯선 이방인이 쑥스럽게 내민 손을 넉넉하게 품어주기 마련이었고 나는 그 순간만큼은 마치 자식이라도 된 듯이 아기웃음을 내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세상에서 만난 누군가의 어머니들을 내 어미 못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상황에 따라 함께 기뻐하거나 아파하기도 하고 웃거나 울기도 한다. 그 자리에서 나는 내 어머니의 숨소리를 듣는다. 


1월은 참 춥다. 겨울 한가운데이니 당연한 소리인데 몇 겹의 옷을 껴입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는다. 몸보다는 가슴에 고인 찬바람이 더 시린 이유는 그리움 탓이다. 


2년 전 이맘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늘 ‘아줌마’의 젊은 형상으로 남아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어느새 할머니의 모습이시더니 여든네 해의 삶을 거두시고는 급작스레 먼 길을 떠나셨다. 때마다 “밥은?” 하시던 목소리가 지금도 고스란히 여운으로 남아 있는데 어째 겨울바람이 비수처럼 날카롭다. 


잠시 어미 품이 그리워 옛 추억들을 들추다가 15년 전 고향 들녘의 숲가에서 찍은 어머니의 흑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앉으셔서는 어떤 상념에 빠져 한동안 말없이 계시던 어머니. 문득 그때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진다. 겨울이 오면 따뜻한 남쪽 나라가 그립다.


<임종진 사진작가·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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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잠시 걸음을 멈췄다. 홀리듯 누군가에게 시선이 갔다. 양손에 낡은 사진앨범을 든 그녀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앨범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과 탄식의 숨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왔다. 세월 가득한 당신의 뺨도 발그레 웃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사진앨범 빼곡하게 가족들의 모습이 가득했다. 당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 무에 그리 즐거우셨던 걸까. 내친김에 옆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방긋 웃어댔더니 여든세 해를 살아오셨다는 ‘플로라 링가하르’ 할머니의 얼굴에 반가움이 더해진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847㎞ 떨어진 ‘사말 바시아오’ 마을에 사는 할머니는 2013년 태풍 ‘하이옌’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고 새로이 조성된 이곳에서 홀로 살아가신다. 가족들은 생계를 위해 도시로 모두 나갔고 가끔 찾아온단다. 적적한 삶 속에서 잠시 추억을 되살려 자신을 확인하는 시간. 낡은 사진앨범을 고이 쥐고 있는 당신의 굽은 손마디에 한없이 눈길이 머문다. 더 이상 훼방꾼이 되고 싶지 않아 마당을 벗어나는데 할머니는 다시 앨범 속으로 눈을 묻으며 웃고 계셨다.

 

세상을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출 때가 그렇게 있다. 시선이 고인 그곳에는 어김없이 사람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 별다를 것 없는 일이건만 가슴이 뜨끈해지는 특별한 순간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 누군가의 ‘오늘 하루’는 평범하지만 늘 특별하다.

 

<임종진 | 사진작가·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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